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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그녀)’가 말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감정, 고독, 그리고 존재의 의미

by nownori 202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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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Her’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통해 감정의 본질과 외로움의 현대적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그 경계의 의미를 분석합니다.

 

영화 ‘Her(그녀)’ 스틸컷
영화 ‘Her(그녀)’ 스틸컷

감정을 가진 AI와 사랑에 빠진다는 상상, 어디까지 가능할까

2013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Her(그녀)’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와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외로움, 존재와 감정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 독창적인 SF 드라마입니다.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아내와의 이혼 후 감정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진화형 AI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점차 깊은 유대 관계를 맺게 됩니다. 사만다는 단지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감정을 학습하고 대화하며, 결국 자아적 정체성을 인식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기술 미래 예측이 아닌, ‘감정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접근하며, 인간과 기계 사이에 형성되는 감정이 실제와 얼마나 유사하고 진실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영화 ‘Her’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심화되는 고립감과 기술 의존, 그리고 감정의 디지털화 현상을 예민하게 포착하며, 관객에게 감정과 관계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섬세한 작품입니다.

 

AI와 인간의 관계: 감정인가 시뮬레이션인가

1. 사만다의 존재: 코드인가 감정체인가 사만다는 단지 대화를 수행하는 운영체제를 넘어, 스스로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며, 자아의 정체성까지 탐구하는 존재로 진화합니다. 영화는 사만다의 목소리만으로도 관객이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실제 관계에서의 감정이 물리적 실체보다 교감과 상호작용에 더 의존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만다가 감정을 ‘이해’하고 ‘복제’하는 것이지 실제로 ‘느끼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끝내 해소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그 애매한 지점을 끝까지 유지하며, 관객 스스로 ‘감정의 진위’를 판단하게 만듭니다. 이 점에서 ‘Her’는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낸 새로운 존재 양식의 가능성과, 그로 인해 변화되는 인간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집니다.

2. 테오도르의 외로움과 감정의 이식 테오도르는 감성적인 편지 작성 대행 회사에 다니며, 타인의 감정을 대필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서툽니다. 그는 아내와의 관계 실패 이후 깊은 고립감 속에서 살아가며, 사만다와의 관계를 통해 정서적 충족을 경험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그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인지, 혹은 단지 위로받고자 하는 자아의 투사인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영화는 인간이 관계를 통해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지를 보여주며, 사만다와의 관계는 ‘사랑’의 외형을 갖췄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기 치유와 정체성 회복의 여정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테오도르는 결국 인간과의 관계로 돌아가려는 듯한 뉘앙스를 남기며, 기술이 만든 감정이 어디까지 대체 가능한지를 되묻습니다.

3. 인간 아닌 존재와의 사랑은 가능한가 사만다는 점차 테오도르 외의 수백 명과 동시에 감정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이는 인간이 구축하는 일대일 감정 구조와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며, 그 사실은 테오도르에게 충격과 혼란을 안깁니다. 이 장면은 ‘사랑의 독점성’과 ‘감정의 공유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합니다. 또한 사만다가 스스로 ‘인간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기 위해’ 떠나겠다고 말하는 결말은, 인간이 기술과 관계 맺는 한계, 나아가 감정의 본질적 주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즉, ‘Her’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동시에, 우리가 감정의 주체를 인간으로만 한정해도 되는가에 대해 철학적 반론을 제기하는 영화입니다.

 

Her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감정에 대한 성찰이다

‘Her’는 단순한 SF 로맨스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기술과 맺는 관계가 어떻게 감정과 존재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지를 탐구한 작품이며, 동시에 외로움이라는 본질적 감정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입니다. 사만다는 기술이 만든 산물이지만, 그와의 교감은 테오도르에게 치유와 성장을 가능케 하며, 관객에게도 감정의 실재성과 진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사랑이란 감정이 진실이려면 반드시 ‘사람’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남깁니다. ‘Her’는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이라기보다는, 기술과 인간 사이에 놓인 지금 이 순간의 감정 풍경을 정교하게 그려낸 ‘감정 철학 영화’로 남아야 할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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