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단순한 인물 소개 영상이 아닙니다. 2022년 경남 MBC에서 제작된 이 다큐는 리더십, 도덕경영, 그리고 인간적 감동이라는 주제를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깊이 있게 조명하며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최근, 그에게 지원받았던 장학생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김장하라는 이름은 다소 낯설 수 있지만, 경남 마산에서는 그의 영향력을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입니다. 기업가이자 교육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사회가 인정한 진정한 ‘어른’이었던 김장하. 오늘은 그가 보여준 진정성 있는 리더십의 정의와 함께 현실에서 실현된 도덕경영의 사례,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인물이 갖춰야 할 조건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진정성리더란 무엇인가?
리더십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해왔습니다. 전통적인 리더는 조직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방향성을 지시하며, 실적 중심의 성과를 추구하는 모습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는 더 이상 이런 리더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구성원과의 ‘진짜 연결’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며, 인간적인 존경을 얻는 리더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이런 진정성 있는 리더십의 전형이었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이윤이 아닌 '사람'을 최고의 가치로 둔 그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가족처럼 여기며,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단지 월급을 주는 고용주가 아니라, 인생의 멘토로서 존재했습니다. “돈은 있어도 명예는 살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모든 경영 판단은 이 철학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또한 말로만 ‘가치’를 외치지 않았고, 늘 가장 힘든 자리를 선택함으로서 리더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줬습니다. 회사의 어려운 시기에는 고위직 급여를 줄이고, 그 금액으로 말단 직원의 급여를 보전했으며, 매년 직접 직원들과 함께 청소하고 식사하는 등 수직적 위계가 없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런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충성심과 동기를 유발했고, 기업 전체에 강한 신뢰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오늘날 ‘진정성 리더십’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지만, 김장하처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리더는 드뭅니다. 그렇기에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바로 이 신뢰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도덕경영의 실제 사례
도덕경영이라는 개념은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장하의 삶을 들여다보면, 도덕경영은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방향이며,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원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도덕적이거나 착한 경영을 한 것이 아닙니다. 그의 경영철학은 시스템과 조직문화 속에 녹아 있었고,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도 이어졌습니다.
우선, 그는 기업의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두었습니다. 회계 자료를 모든 직원과 공유하며, 급여 체계 또한 누구나 열람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부 부정이 차단됐고, 조직 내 불신이 자리 잡을 틈이 없었습니다. 또한 고용 안정에 있어 그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같은 대규모 경제 충격에도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직원 교육과 복지를 강화했습니다.
그가 세운 학교와 장학재단은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천 명의 학생이 무상으로 교육을 받았고, 그중 많은 이들이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와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했습니다. 김장하는 기업의 수익을 단순히 사적 이익으로 사용하지 않고, 공동체로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전통적인 경영 전략에서는 보기 힘든, 고유한 ‘도덕경영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거래처와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계약 조건이 불리하게 바뀌더라도 일단 맺은 약속은 끝까지 지켰고, 거래처의 어려움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단기적으로 손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평생 파트너십을 가능케 했고, 위기 상황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신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도덕경영은 이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략임을 그는 직접 증명한 것입니다.
감동을 주는 인물의 조건
김장하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이룬 업적이나 기업의 크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는 평생을 조용히 살면서도,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타인을 위한 결정을 해왔습니다. 언론 노출도 꺼렸고, 수상도 고사하는 등 명예보다 실천을 중요시했고, 말보다 행동으로 사람들을 이끌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좋은 어른이 되자”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어른이란, 책임을 지는 사람이며, 약자 편에 서는 사람이며, 공동체에 이로운 방향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여러 갈등과 현안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불우한 가정을 도왔고, 지역 내 교육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무상 교육 인프라를 마련했습니다. 심지어 일부는 익명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사후에야 밝혀진 일도 많았습니다.
그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존경’이라는 말을 주저 없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존경은 한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의 한 공중전화 부스에 설치된 '양심냉장고'로 화제가 된 공무원 A씨가 바로 김장하 선생의 장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인물은 무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이 땡볕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과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 음료를 비치해 화제를 모았고, 인터뷰에서 “김장하 선생님께 받은 장학금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김장하가 강조한 ‘배움은 나눔을 위해 존재한다’는 철학을 실천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김장하의 영향력은 단지 그가 생전에 행한 선행으로 끝나지 않고, 제자와 장학생들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감동이란 결국 일관된 삶의 태도와 그것이 타인에게 전해지는 힘에서 비롯됩니다. 김장하 선생은 그 본보기가 되었으며, 그 영향력은 세대를 넘어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감동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장하는 진정한 ‘시대의 어른’이었습니다.
<어른 김장하>는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한 인물이 남긴 철학과 실천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리더를 원하는지,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를 되묻습니다. 김장하의 삶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이끌 것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다큐는 깊은 울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