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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완성한 집단 영웅 서사의 정점과 의미

by nownori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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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단순한 히어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집단 서사 구조를 통해 현대 영웅 신화를 새롭게 정의한 작품입니다. 그 내러티브 전략과 상징을 분석합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인에서 집단으로: 영웅 서사의 새로운 패러다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10년을 마무리 지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은 단순히 슈퍼히어로 영화의 집대성이라는 차원을 넘어, 집단 서사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기존의 영웅 신화가 주로 단독 인물의 성장과 희생을 중심에 두었다면, 이 영화는 수십 명에 이르는 캐릭터들이 각각의 고유한 서사와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공동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서사 구조를 구현합니다. ‘엔드게임’은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 기술의 절정이자, 팬덤과 상업성, 감정 서사와 신화적 구조가 절묘하게 융합된 서사적 실험입니다. 각 캐릭터는 고유의 역할과 결말을 맞으며, 이들의 관계성과 선택이 모여 거대한 집단적 희생과 구원의 서사를 이룹니다. 본문에서는 ‘엔드게임’이 어떻게 집단 영웅 서사를 설계하고, 그것이 현대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영웅의 조각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신화

1. 시간 여행과 서사의 수렴 구조 ‘엔드게임’의 플롯은 시간 여행이라는 고전적 SF 장치를 사용하지만, 그 목적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기존 MCU 10년의 내러티브를 집약하고 정리하는 데 있습니다. 각 시간대는 과거 영화들과 연결되며, 관객에게는 일종의 복기이자 재해석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영화가 단일 사건 중심 서사에서 ‘프랜차이즈형 집단 기억’으로 전환되는 핵심 전략이며, 각 영웅의 선택과 회상은 전체 공동체의 구원으로 연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토니 스타크, 스티브 로저스, 블랙 위도우 등 핵심 캐릭터들이 각각 ‘자기 완결형’ 서사를 완성함으로써, 단지 시간의 되감기가 아니라 ‘감정의 해소’와 ‘정서적 퇴장’을 실현합니다.

2. 토니 스타크와 캡틴 아메리카: 상반된 영웅성의 조화 토니 스타크는 개인주의적이고 과학 기반의 영웅이며, 캡틴 아메리카는 공동체와 신념을 중시하는 도덕적 영웅입니다. 이 두 인물은 MCU 전체의 축을 이루는 존재로, ‘엔드게임’에서는 각각 생명과 시간을 희생하며 상반된 방식으로 세계를 구원합니다. 토니는 “I am Iron Man.”이라는 말로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한 채, 전체를 위해 자아를 소멸시키는 선택을 하고, 캡틴은 전투 이후 평범한 삶을 택함으로써 영웅으로서의 자기 소멸과 인간으로서의 삶의 회복을 동시에 성취합니다. 이 둘의 퇴장은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영웅성’의 정의 자체가 변화했음을 상징합니다.

3.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 주변 인물의 희생이 중심을 만든다 집단 서사에서의 핵심은 조연의 감정선이 중심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입니다. 블랙 위도우는 타노스에 맞선 전투 이전,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집단의 구원을 위해 개인이 어떤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호크아이는 가족과의 상실을 겪으며 ‘로닌’이라는 어두운 자아로 변하지만, 이를 다시 되돌리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용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처럼 중심이 아닌 인물들이 핵심 결정을 이끌어가는 구조는, 단일 영웅 중심의 서사를 집단 감정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대표적 방식입니다.

4. 엔딩 장면: 집단 카타르시스의 정점 “On your left.”라는 말과 함께 과거 사라졌던 모든 영웅들이 포탈을 통해 등장하는 장면은, 단순한 연출 이상의 상징성을 갖습니다. 이 장면은 관객의 10년 간의 감정 투자에 대한 보상이자, 집단적 기억의 극대화이며,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낸 서사의 정점입니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가 묠니르를 드는 순간은 단순한 깜짝 이벤트가 아닌, 그의 도덕성과 리더십이 우주적 차원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상징입니다. 전투가 아닌 존재 자체로 감동을 주는 이 구조는, 현대 영화가 어떻게 감정적 서사와 대중성의 조화를 이루어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엔드게임은 영웅 이야기의 새로운 정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단순히 MCU의 대단원을 장식한 영화가 아니라, 영웅 서사가 개인에서 집단으로 확장되고, 희생과 연대, 다중성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토니 스타크의 죽음, 캡틴 아메리카의 은퇴, 블랙 위도우의 희생 등은 단지 극적인 장치가 아니라, 집단 서사를 성립시키기 위한 감정적 결론입니다. 이 영화는 기술적 완성도와 대중적 흥행을 모두 달성했을 뿐 아니라, 21세기형 영웅의 윤리와 정의, 그리고 그 서사가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지를 제시했습니다. ‘엔드게임’은 결국 하나의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집단 기억이며, 관객과 캐릭터, 그리고 세계관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현대의 신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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