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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카가 제시하는 유전자 결정론 사회와 인간 의지의 대결

by nownori 202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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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가타카’는 유전자 정보가 계급을 결정하는 미래 사회를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와 생물학적 운명의 충돌을 철학적으로 조명합니다.

 

영화 ‘가타카’ 스틸컷
영화 ‘가타카’ 스틸컷

완벽함이 기준이 된 사회, 인간은 어디로 향하는가

1997년 앤드류 니콜 감독의 SF 영화 ‘가타카(GATTACA)’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보편화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출생과 동시에 인생의 가능성이 결정되는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적 서사입니다. ‘완벽하게 설계된 인간’과 ‘자연적으로 태어난 인간’ 사이의 차별은 마치 오늘날의 계급 사회, 교육 기회, 경제력 차이를 상징하며, 인간이 과학을 통해 ‘우월성’을 추구할 때 어떤 윤리적 문제에 직면하는지를 질문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유전자 조작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인간을 구성하는 핵심이 과연 생물학적 조건인가, 아니면 선택과 의지인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집니다. 주인공 빈센트는 ‘유전적으로 열등한’ 자연 출생자이지만, 스스로의 노력과 신념을 통해 우주 비행사라는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의 여정은 유전자 중심주의에 대한 강한 반론이며,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확장됩니다.

 

유전적 우월성이라는 허상과 사회적 차별의 기제

1. ‘가타카’의 세계관: 과학이 만든 신 계급사회 가타카의 세계에서는 출생 시 유전자 분석으로 질병 가능성, 수명, 성격, 지능 등의 수치가 정해지고, 이는 곧 인생의 가능성과 경로를 규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부모들은 유전자를 조작해 최고의 조건을 갖춘 아이를 만들고, 기업과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채용과 교육, 사회적 대우를 결정합니다. 이는 곧 현대 사회에서 성적, 외모, 경제력 등 외적 조건으로 사람이 평가받는 구조를 극단화한 메타포로 작용합니다. 영화 속 ‘디자이너 베이비’ 개념은 현실의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 논의와 맞닿아 있으며, 과학이 인간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욕망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윤리적 위기를 시사합니다.

2. 빈센트의 여정: 의지의 반란과 인간의 가능성 빈센트는 선천적 심장질환 가능성과 낮은 기대 수명으로 인해 ‘부적격자’(In-Valid)로 분류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정체를 속이고 ‘적격자’ 제롬의 신분을 도용해 가타카 항공우주국에 입사하고, 결국 우주 비행의 기회를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혈액, 소변, 머리카락, 심지어 각질까지 조작하며 매일을 ‘연기’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의 고통스러운 여정은 인간이 단지 DNA로 설명될 수 없는 존재임을 증명하며, 과학이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특히 그가 “나는 단 한 번도 후퇴를 위해 힘을 남겨둔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인간 의지의 순수한 강렬함을 상징하는 명대사로 남습니다.

3. 제롬의 비극: 완벽함의 또 다른 얼굴 빈센트와 신분을 교환한 제롬은 유전적으로 완벽한 ‘우월자’였지만, 현실에서는 경기 중 패배 후 불구가 되었고, 삶에 대한 의미를 잃은 인물입니다. 그의 존재는 유전적 우월성이 반드시 행복과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을 드러내며, 오히려 높은 기대와 압박이 자아를 억압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롬이 빈센트에게 자신의 신분을 내어주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과정은, 유전자라는 외적 조건이 아닌 인간의 정신적 건강과 정체성이 진정한 삶의 기준임을 암시합니다. 이들의 관계는 ‘조건’과 ‘의지’의 대비이자, 서로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상징적 연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가타카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과학 윤리의 우화다

‘가타카’는 유전자라는 과학적 지표가 삶을 결정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인간의 가능성과 자유의지를 변호하는 강력한 영화입니다. 빈센트의 서사는 우리 각자가 태어난 조건이나 출신에 상관없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가 인간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동시에 제롬의 비극은 외적 완벽함의 허상을 드러내며, 사회가 정한 기준이 개인의 존엄을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오늘날 유전공학 기술이 실제로 인간 삶의 조건을 바꿀 수 있는 시대에 이르렀기에, ‘가타카’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인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그 기준을 정할 것인가. 이 영화는 과학기술의 미래가 아닌, 윤리와 존재에 대한 본질적 성찰로 기억되어야 할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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